[Volunteer] 장기기증 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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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기증 서약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살아있는 지금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회생이 어려운 뇌사 상태가 되거나, 장기가 멀쩡한 상태로 사망한 경우 유가족들의 동의를 2차로 받아 시신을 기증하는 것이다.
시신은 과학과 의학 발전에 활용되거나 다른 장기기증이 필요한 환우들에게 제공되고 일정 기간 이후에 유가족이 장기를 제외한 시신을 회수한다. 장례는 치르지만 발인이 없는 것이다. 정확히는 발인을 미루는 것.
❓서약하게 된 계기
처음부터 숭고한 정신으로 하려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내 사무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아보다가 사무 보조를 구하고 있는 장기기증운동본부 대전충남지부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관심이 생겼을 따름이다.
가벼운 생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사후의 일이지만 내 몸을 이리저리 파보는 것이나 해체하는 일은 상당히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쓸모 없어진 내 몸과 장기를 기증함으로써 살아있는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얻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서약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인 것 같다.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니다. 가족들의 발인이나 최소한의 흔적을 위해서 인체조직 기부는 체크하지 않았다. 즉, 각막과 장기는 기증되지만, 껍데기는 남아있는 것이다. 그것만큼은 남기고 싶었다.
🤔주변의 반응
엄마는 질색을 하셨다. 꼭 엄마 뿐만이 아니다. 내가 느꼈던 두려움이 누군가에게는 더 깊은 두려움으로, 공포로, 거부감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내 몸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아버지는 무덤덤하셨다. 공감 쪽보다는 인지 쪽으로 발달하셔서 너는 너, 나는 나의 객관화가 잘 돼있는 분이셔서 그런 것 같다.
대체적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친구들에게도 넌지시 권해보면 대부분 무섭다는 반응이다. 이해한다. 그래서 강요하는 것이 아닌 제안하는 것이었다.
마무리
서약을 하게 되면 주민등록증에 붙일 수 있게 스티커를 받게 되고, 서약 시 옵션에 따라 운전면허증을 재발급받게 되면 운전면허증에는 아예 인쇄가 되어 나온다. 이것이 은근히 내 용기 있는 결정과 약속에 자긍심을 가지게 해준다.
기증을 하는 것은 먼 나중의 일이겠지만, 벌써부터 뿌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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